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하지만 삶이 길어진 만큼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여기에 소득 불균형의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저소득 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노후화된 주택은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철 한파에 취약하다. 미끄러지기 쉬운 바닥이나 부실한 구조물 등은 고령자의 안전사고를 유발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밖에 노후 설비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기에 공동체의 관심과 사회적 개입이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울산시는 매년 각 구·군과 협력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낡은 집을 수리하는 차원을 넘어 주거 약자의 안전과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생활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싱크대 개조, 벽지·장판 교체, 화장실 개·보수, 단열 창호 교체,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노후 보일러 교체 등 주거 약자들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더욱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 우선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누군가가 알아서 해주는 복지'가 아닌, 우리 이웃의 삶을 함께 돌아보는 공동체적 인식 위에 서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상자는 복지 부서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선정되고 있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이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직접 추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정책의 취지는 더욱 선명해지고 효과도 배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매체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시민들이 사업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사업의 방향성은 단순한 '예산 소진형'이 아니라 '실제 수요 기반의 맞춤형 지원'이 되어야 한다.
행정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현장 확인을 통해 꼭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실질적인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축적된 사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면 향후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아가 복지 차원에서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된다면 주거 약자들이 스스로 일상을 회복하고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인간 삶의 기본적 권리이자 심리적 안정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개선된 주거환경은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자립 의지와 삶의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복지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거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 모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성훈 울산 중구 건축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