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보험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성인 1/3이 암에 걸린다는 광고 문구에 놀라 자발적으로 들었다. 그다음부터는 보험회사에서 권하는 대로 들었다. 주변에 보험모집인 한두 명은 있을 것이다. 지인이 보험 일을 한다며 한 계좌 들어 달라고 해서 들어준 적도 있다. 대부분 그렇게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내가 든 보험이 19종류에 월 보험료가 75만원이나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류는 많고 카톡에 보험사와 금액만 나타나면서 몇천 원씩 빠져나가므로 뭐가 뭔지 모르고 방치해 둔 것이다.
최근 알게 된 보험설계사가 내게 "월 보험료가 얼마쯤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내 답은 "약 30만원 정도"라고 했다. "얼마가 빠져 나가는지도 모르고, 그 정도는 관심도 없으니, 돈이 많은 모양이다"라고 했다.
이번에 만난 보험설계사는 내가 든 보험을 재설계해 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소위 '보장은 더 폭넓게 받게 하고, 보험료는 줄여준다'는 역할이다. 내가 든 보험이 첫째, 문제점이 만기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00세 시대에 90세 정도까지는 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3년~ 5년 단위라서 모르는 사이에 종료되거나 자동 재계약을 하더라도 보험료가 동의 없이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치매, 암, 등 진단비는 들어 있는데 정작 수술비나, 치료비는 안 들어 있는 등, 실속이 없다는 것이었다. 치매는 진단이나 치료는 없고 중증치매에만 해당되는데 그 정도 되면 보험금 청구도 제정신으로 못할 지경인 것이다. 뇌경색, 뇌출혈은 있는데 뇌혈관은 없는 등 새로운 항목이 계속 생기니 계속 보험 설계사들이 전화해서 보험 가입을 종용받았다. 대부분 전화로 가입한 것이라 자세한 내용은 들어도 잘 모르고 그냥 뒀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생겼을 때 물어 볼 창구가 필요하다. 소위 보험 주치의 같은 것이다. 보험 청구할 일이 생겼을 때 어느 보험사, 어느 서류, 어디로 어떻게 청구해야 하는가 등이다. 지난번 전화로만 추가한 보험 때도 얼굴도 본 적 없는 설계사가 내 나이쯤 되면 백내장이나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을 텐데 보험금 청구를 안 했을 거라며 알려 줘, 그제야 보험금을 신청해서 탈 수 있었다. 이처럼 수익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 인 것이다.
보험 재설계는 한 보험회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보고 개인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보험으로 커버하도록 돕는 일이다. 기존 보험이라도 좋은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가장 좋은 보험사 상품으로 대체 해주는 작업이다. 단, 새로 가입하는 것은 보험사 면책권이 있어서 1년 이내에 발생하는 질병이나 상해는 100%가 아니고 기간에 따라 보험금이 다르다.
다시 설계해서 총 7건 월 45만 원 수준으로 재설계했다. 보장은 더 넓어졌는데 보험료는 월 30만 원이 절감되는 것이다.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일, 일어나더라도 큰 부담 없이 틀어막을 수 있는 일들을 대비하여 월 75만 원이나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 바보 같은 처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질병, 상해는 보험료가 문제가 아니라 그로인해 죽게 되면 별 의미 없는 것이다. 화재 등 재해는 보험료가 얼마 안 되므로 반드시 들어 둬야 한다.
문제는 해약인데 담당자 통화 연결도 어렵지만, 연결되더라도 보험사에서 집요하게 다시 생각해 보라며 응해 주지 않았다. 기존 보험 해약에만 3일을 소요했다. 일부 해약금이 입금되었으나 대부분 갱신형이라 찾을 돈이 없었다.
어차피 한번 손을 봐야 할 일이었다. 건강보험료가 새로 나가고, 잡수입도 없어져 고정비를 줄여야 할 판이었다. 보험회사에서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집요하게 오던 전화도 이젠 안 받아도 된다. 전화를 받게 되면 또 마음이 약해져 설득 당할 수 있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